
연말 모임이 잦아지면 어김없이 발이 붓고 걷기 힘들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단순히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저희 아버지를 보며 이 질환이 훨씬 복잡한 대사 질환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평소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았는데 모르고 지낸 경우, 단 한 번의 회식이 심각한 통풍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통풍의 원인, 퓨린과 요산의 관계
통풍은 혈액 내 요산(uric acid)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전신 대사 질환입니다. 여기서 요산이란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최종 대사산물을 말합니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서 요산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증가한 요산이 혈액을 돌다가 관절에 쌓이면 염증을 일으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제 아버지도 새벽에 갑자기 발이 퉁퉁 붓고 아파서 응급실에 가신 적이 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요산 수치가 정상의 두 배가 넘었다"라고 하시더군요. 원래도 아버지께서는 통풍이 있어 약을 드시며 관리를 하고 계셨었는데 전날 모임으로 인해 곱창을 드셨던 게 급격히 요산수치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짜 문제는 요산이 관절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요산은 신장을 통해 전체의 70% 이상이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에 결석을 만들거나 신장 내부 혈관을 손상시켜 만성 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신장학회).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신장 기능이 이미 저하된 상태라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통풍 발작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풍을 부르는 식습관과 술의 위험성
많은 분들이 "고기만 조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붉은 고기는 물론이고 연어, 고등어, 참치처럼 붉은 살을 가진 생선들도 퓨린 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제가 아버지 식단을 관리하면서 깨달은 건, 특히 주의해야 할 음식이 순대, 막창, 돼지 간 같은 동물의 내장 부위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부산물에는 일반 고기보다 훨씬 많은 퓨린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술과의 조합입니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젖산(lactic acid)이라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이 젖산이 신장에서 요산을 배출하는 기능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쉽게 말해 순대 한 그릇을 먹더라도 소주 두 병을 곁들이면, 실제로는 순대 두세 그릇을 먹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통풍을 예방하려면 다음과 같은 식습관 관리가 필요합니다:
- 고 퓨린 음식(내장류, 붉은 살 생선)은 일주일에 1-2회로 제한
- 술자리에서는 음식 섭취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기
- 하루 물 섭취량 2L 이상 유지하여 요산 배출 돕기
- 채소와 저지방 유제품 위주의 식단 구성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통풍 환자의 약 60%가 비만이거나 과체중 상태였다고 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저는 이 통계를 보고 단순히 특정 음식만 피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한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신장 건강과 통풍의 악순환 끊기
통풍과 신장 질환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관계입니다. 요산 결석(uric acid stone)이 소변이 내려오는 길을 막으면 신장이 붓고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서 요산 결석이란 요산이 과포화 상태가 되어 신장이나 요로에서 결정화된 돌을 말합니다.
더 심각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요산 결정들입니다. 이 작은 결정들이 신장의 미세한 조직에 박히면 염증이 생기고, 이런 염증이 반복되면 흉터가 생겨 결국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아버지도 통풍 진단을 받고 나서야 신장 기능 검사를 받았는데, 이미 사구체여과율(GFR)이 정상보다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사구체여과율이란 신장이 1분 동안 걸러낼 수 있는 혈액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수치입니다. 연말연시 모임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음식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적용해 보니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더군요. 먼저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내 신장 기능과 요산 수치를 파악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둘째로 회식 자리에서는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먹겠다고 미리 정해두는 것, 셋째로 과거 통풍 경험이 있다면 고기나 생선 몇 점까지 먹을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술은 가능하면 한두 잔으로 제한하고, 대신 물을 충분히 마셔서 요산이 소변으로 잘 배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원칙들을 지키니 아버지의 통풍 발작 빈도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이미 통풍이 발병했다면 병원에서 요산강하제 같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고, 관리기에도 꾸준히 요산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통풍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미리 생활습관을 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발병했더라도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가족의 투병을 지켜보며 건강할 때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적당히 조절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통풍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기능과 요산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