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진단을 받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처음 진단명을 들었을 때는 난임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진단 기준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로테르담 진단 기준에 따라 세 가지 항목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할 때 확정됩니다. 첫째, 초음파상 난소에 12개 이상의 미성숙 난포가 관찰되는 다낭성 난소 소견, 둘째, 35일 이상 간격의 희발월경 또는 연 8회 미만의 무월경, 셋째, 혈중 안드로겐 수치 상승 또는 여드름, 다모증 같은 고 안드로겐혈증 임상 증상입니다. 여기서 고 안드로겐혈증이란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여성의 신체에 남성적 특징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과거 저는 3개월 이상 생리가 없어서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에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양쪽 난소에 작은 난포들이 목걸이처럼 늘어선 전형적인 다낭성 소견이 보였고, 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중요한 점은 초음파에서 다낭성 난소가 보인다고 해서 모두 질환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생리불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1년 넘게 증상이 지속되면서 정밀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희발월경의 기준은 생리 주기가 35일을 초과하는 경우인데, 제 경우 60~90일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생리가 나타났습니다.
고 안드로겐혈증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난치성 여드름: 일반 피부과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여드름
- 다모증: 턱, 윗입술, 가슴, 복부 중앙선을 따라 굵고 검은 털이 자라는 증상
- 남성형 탈모: 정수리 부위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빠지는 현상
저는 다행히 여드름 정도만 심했는데, 일반 여드름약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아 피부과에서 산부인과 검진을 권유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리 주기 관리와 호르몬 치료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배란 유도 치료를, 그렇지 않다면 생리 주기 조절과 대사 관리에 집중합니다. 제 경우 당장 임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경구피임약을 통한 주기 조절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은 드로스피레논 성분의 야즈(Yaz)입니다. 이 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복합한 저용량 피임약으로, 인위적으로 생리 주기를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항안드로겐 효과로 여드름과 다모증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처음 3개월간 복용했을 때 생리 주기가 규칙적으로 돌아왔고, 6개월째부터는 여드름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피임약 복용을 주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의사 선생님은 최소 6개월 이상, 필요하다면 장기 복용도 안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생리를 3개월 이상 하지 않으면 자궁내막증식증, 심하면 자궁내막암 위험이 높아집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약을 먹지 않아 생기는 위험이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마음을 정했습니다. 피임약이 맞지 않는 경우 프로게스테론 단독 제제로 2~3개월마다 생리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생리량이 매우 많고 생리통이 심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번 시도해 봤는데, 일주일 가까이 생리가 지속되고 통증이 심해서 다시 복합 피임약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미레나 같은 자궁 내 장치가 있는데, 이는 자궁내막 보호 효과는 우수하지만 배란 유도나 안드로겐 조절 효과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리 기록입니다. 제가 병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생리 시작일을 앱에 꼭 기록해야 합니다. 부정출혈과 실제 월경을 구분하기 위해서인데, 월경 전 증후군(PMS) 없이 갑자기 출혈이 있다면 이는 배란 없이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떨어지는 부정출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차이를 몰라서 부정출혈을 생리로 착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망가진 대사 관리법
인슐린 저항성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약 70%에서 동반되는 대사 이상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중 인슐린 농도는 높지만 세포는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로 인해 공복감이 자주 느껴지고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면서 복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메트포르민이라는 당뇨약이 이 부분을 개선해 주는데, 저는 체중이 정상 범위여서 처방받지는 않았지만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환자에게는 적극 권장됩니다.
운동은 모든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 필수입니다. 마른 체형이라도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개선되고 배란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주 3회 40분씩 달리기와 주 2회 요가를 시작했는데, 3개월 후부터 기초체온표에서 배란 패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근육량 유지와 대사 개선을 위해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체질입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막막했지만, 지금은 제 몸의 신호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생리 주기를 앱으로 기록하고,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본인의 생활 패턴과 목표에 맞춰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치료 방향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